나의 대학 전공은 화학공학이었고 졸업 후에는 당연하게도 화학 회사에 취직했다. 약 3년정도 기간동안 두 회사에서 일했다.
그러던 중 7월 30일까지 정말 열심히 일하고 퇴사했고, 8월 2일부터는 SW사관학교 정글에서 전산학과 개발에 필요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SW사관학교 정글은 개발자 전향을 원하는 비전공자, 직장인이 전산학을 공부할 수 있는 카이스트 비학위과정 프로그램이다.)
이 글에 어떻게 결심하고 퇴사를 했고, 어떤 마음가짐과 감정인지 구체적으로 적어보고 싶다.
SW사관학교 정글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을 결심한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말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우고 어떠한 미련도 남기지 않기 위함이다.
나에게 컴퓨터과학과 개발은 배우고 싶었지만 몇 가지 이유과 상황으로 관심 수준에 머물러 있는 분야였다.
(그동안은 미련이 남았는지 서점에 갈때마다 어차피 읽지도 못할 프로그램언어, 인공지능 등 관련 책들을 한 권씩 구매'만'하고 퇴근 후에는 절대 보지 않는....훌륭한 북 컬렉터였음..)
고민의 주된 이유는 나이(매몰비용), 돈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이었던 것 같다.
매년 대충 아래와 같은 생각이었다.
'27살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서 취직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이제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해.'
'28살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서 취직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이제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해.'
'29살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서 취직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이제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해.'
얼마전에 평소와 같이 회사에서 일하던 중에 SW사관학교 정글 프로그램을 친구를 통해 알게되었다.
프로그램 설명에 적힌 '5개월', '주 100시간', '몰입' 이라는 단어를 보았는데 굉장히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저렇게 집중해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원했던 공부를 제대로 시작 해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알고 싶은 분야를 매일 공부하고 성장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습게도 몇 년동안 해온 고민도 몇 분만에 바뀌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바보같은 고민이었다.
'30살인 지금, 더 늦기전에 반드시 시작해야한다.' '돈도 필요한 만큼 충분히 모았다'
그날 저녁 바로 지원하고 2주 공부자료를 받았다. 평일에는 퇴근하고 시간이 많지 않아서 주말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마지막 금요일밤에 해가 뜰때까지 남은 부분을 공부하고 토요일에 시험을 봤다.
몇일 후 다행히 인터뷰를 보게되었는데, 꽤 긴장해서 말이 아주 이상하고 멍청하게 나왔다. 이미 면접중에 내 스스로가 보기에도 탈락을 직감할 정도..? 그런데 정말 운좋게도 붙었다..... 정말 감사하기로 했다.
퇴사
갑작스러운 퇴사발언에 팀장님, 팀원들 그리고 매니저에게 너무 미안했다.
진급을 한달 앞두고 갑자기 퇴사할 줄은 예상 못한 것 같았다. 나도 예상 못했다.
우리팀은 신생팀이었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충원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팀의 상황 때문에 퇴사를 말하기까지 마음이 정말 어려웠다.
퇴사를 말하고나서 주변 사람들의 만류와 조언들을 듣고 하루정도 다시 고민하게되었다.
좋은 사람들, 워라벨, 모든 사람의 의견이 존중되는 합리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이었고, 주변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분야에서 잘 해나갈 수 있을지에대해 불확실한 마음도 조금 있었다.
집에서 고민하면서 사촌형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형과의 대화를 통해서 '실패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해보는 것이 더 나은 삶이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마음을 확실히 굳혔다.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물론 실패할 생각은 전혀 없고 백업플랜도 세우지 않았다.
다음날 회사에 더 강력한 퇴사의사를 표현했다. 매니저가 Compensation 문제면 해결해준다고 했는데, 돈 문제는 절대 아니라고 잘 설명했다. 공교롭게 그 타이밍에 우리팀에서 나 혼자 실무를 담당 해왔던 해외 제품 이관 프로젝트가 있었다. 어떻게든 팀을 위해서 마무리 하려고 2주 동안 마지막 날까지 매일 야근해서 열심히 일했다. 퇴사 절차를 위한 몇가지 서류들을 HR에 제출해야했는데 일 때문에 미루다가 마지막 출근 날까지 작성을 못해서 회사를 나가기 직전에 급하게 작성했다.
SW JUNGLE in KAIST
카이스트에 들어오고 정글 프로그램에 참여한지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이렇게 공부한 것이 꽤 오랜만인데, 아직까지는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가는줄 모를 정도로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 재미도 있고 새로운 것들을 깨달아 가는 것에 기쁨도 있어서 체력만 된다면 계속 앉아서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퇴사하기 잘했다는 생각도 다시 들었다.
첫번째 받은 과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개발에 대한 기본실력이 참가자들마다 다름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과 나의 격차가 꽤 나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 부분이 조금 걱정이 되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실력 부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욱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최선을 다하는 하루들을 5개월간 쌓아가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속가능하도록 건강을 신경쓰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5개월 후에 내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 보다 매일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했는지 묻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지금 마음을 계속 유지하고 시간이 지나고 여기서의 순간들을 돌이켰을 때 매일 최선을 다했던 시간들만 떠오르고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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